센트럴 지국 한인들이 사랑한 어스틴 명소 3
3. 30년의 ‘폐기물’로 세워진 어스틴의 성 ‘Cathedral of Junk’


16세부터 조각상을 만드는 것을 취미 삼아 집 근처에서 이것저것 모아 자신의 집 뒤 뜰에서 장난감 대신 자신이 주워온 잡동사니와 어린 시절을 보낸 빈센트 하네만(Vince Hannemann)은 인형, 로봇, 새장처럼 작은 것은 물론이고 기타, 자전거, 심지어는 버려진 표지판까지 집으로 갖고 와서 이리저리 모양을 만들어 철사로 엮어 이들을 세우는 데에 열중하며 시간을 보냈다.
1989년 당시 16세였던 때 버려진 장난감을 집 뒤뜰로 가져와 모양을 만들고 시간을 보냈던 무렵을 떠올리던 그는 “그때만 해도 이 일에 사람들이 그렇게 눈길을 줄 지 몰랐다”고 말했다.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삶을 즐겼던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쓰레기 성’을 짓기 시작했다면서 현재는 80톤의 폐기물이 이 성을 짓는 데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폐기물을 주워다가 성 쌓기를 20여 년이나 지속한 2010년 무렵, 그의 성은 주변 사람들의 항의를 불러 모았다. 그의 성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에 그의 집 근처 주민들은 주차문제로 골머리를 썩어야 했고, 한적한 마을에 외부인이 지속해서 찾아오는 것이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았던 것.
이런 주민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는 하네만은 그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자신의 성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주차 약속’과 ‘시간 약속’을 지킨다.
그와의 사전 약속 없이는 누구도 성을 찾아 구경할 수 없으며, 하네만의 집 앞에 주차하지 않으면 집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했음에도 그에게는 또 하나의 고민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만든 성이 ‘성’이라는 건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겐 engineering 기술이 있어야 했다.
3층 높이까지 사람이 올라가도록 구축한 이 구조물에 안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는 중 다행히도 그는 어스틴 시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어스틴 시가 그의 ‘쓰레기 성’의 예술성을 높이 사 구조 안정성을 검사해 이를 위한 안전 검사를 마치고 그에게 건축 허가서를 발급해준 것이다.
그는 “그저 좋아서 자신의 집 뒤 뜰에 장난삼아 시작한 일에 시가 나서서 건축 허가까지 해줘 영광”이라며 자신의 작품이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가서를 받았다고 해서 그의 ‘쓰레기 성 축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도 그는 여전히 폐기물을 모아 자신이 그때 그때 생각나는 메시지를 성에 표현하고 있다.
2. 세계 ‘탑 5’에 선정된 어스틴 중앙 도서관


2017년 10월에 문을 연 어스틴 중앙 도서관이 2018년 ‘올해의 공공 도서관 부문’에서 5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국제 도서관 협회 연맹은 2014년부터 해마다 디지털 분야의 발전된 기술을 접목한 IT문화와 지역 문화를 반영해 공공 도서관으로서 그 기능을 다하는 도서관을 선발해왔다. 연맹 측은 “19개국 35개의 도서관이 2018년 ‘올해의 공공 도서관 후보작’으로 올랐으며 어스틴 중앙 도서관은 그 중 ‘탑 5’ 입선작에 뽑혔다”고 발표했다.
올해 어스틴 중앙 도서관이 선정된 가장 큰 이유는 ‘지속 가능한’ 컨셉 때문이다. 어스틴 중앙 도서관을 설계한 레이크 플레토 건축 사무소는 “도서관 자체가 지속 가능한 건물이 될 수 있도록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관리하기 위해 태양열, 빛, 하수 처리 등을 계획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6층 루프탑에는 어스틴 지역에서 가장 큰 태양 집열판을 설치하고 태양 에너지를 건물에 적극 활용해 효율적으로 에너지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며, 루프탑의 잔디를 통해 흡수되는 물은 지하의 탱크에 저장돼 재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또, 실내의 거대한 아뜨리움은 바깥의 빛을 그대로 실내로 끌어 들여 실내 채광을 하는 데에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 했다.
특히 어스틴 중앙 도서관이 다른 도서관과는 다른 점으로 스페인, 독일, 한국어 서적 등 해외 도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는 한국 도서도 50여권 진열돼 있으며, 앞으로 계속해서 한국어 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실제 한국어 도서 선반을 따로 구비해 둔 걸 볼 수 있다.
현재 2층 갤러리에서는 세계 난민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으며, 퍼포먼스 공간은 대여가 가능하다. 어스틴 중앙 도서관 이외에 올해 입선에 올라 어깨를 나란히 한 나머지 4개의 도서관은 브라질의 빌라 로보스 파크 도서관, 노르웨이의 비블로 토이엔 어린이 도서관, 네덜란드의 쿠프홉 도서관, 싱가포르의 탬피니스 공공 도서관이다.
1. 한 예술가가 그의 이름과 함께 남긴 자취 ‘켈리의 어스틴’
사진=kelly's austin.


‘형태와 색채(form and color)’에 집중하며 그림, 조각, 조판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20세기 미국 예술의 한 획을 그은 추상미술의 대가 엘즈워스 켈리는 정형화된 사각형 모양의 캔버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조각 형태와 색상으로 거대한 색면 작품 활동으로 유명하다.
자신만의 형태와 강렬한 색채에 집중하면서 예술작품을 이어가던 켈리는 1987년에 자신의 철학을 표현한 건물을 디자인하기까지 이르렀다. 이것이 바로 어스틴에 놓인 건물의 초기작이다.
당시 프랑스 등 유럽 등지를 여행하며 로마네스크 양식에 심취했던 켈리는 자신의 색을 녹인 로마네스크풍의 성당 양식을 결합한 설계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당시 건축을 한 번도 디자인해본 적이 없는 켈리의 디자인을 실현해 줄 후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아이디어만 남은 채 허공을 배회하던 켈리의 디자인은 2015년 블랜튼 뮤지엄의 시몬 위챠에게까지 닿았다.
당시 추상미술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던 켈리의 예술관을 높이 산 시몬 위챠는 그의 건물 디자인을 구축하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결정하고, 텍사스 대학과의 협의 끝에 이 건물 완공을 위한 후원 모금에 나섰다.
무려 30년 동안이나 자리를 잡지 못했던 켈리의 원대한 꿈은 2,500만달러의 모금액이 모이면서 실현을 코앞에 두게 됐다.
그러나 자신이 할 일은 거기서 끝났다고 생각한 걸까. 건물 착공을 2개월 앞둔 2015년 12월 자신의 건물을 블랜튼 뮤지엄에게 기증하겠다고 선언한 뒤, 건물이 올라간 ‘어스틴’을 건물의 이름으로 명하고 켈리는 향년 92세의 나이로 눈을 감고 만다.
색, 빛, 형태에 대한 켈리만의 독특한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켈리의 어스틴’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정면으로 보이는 것은 5.5m 높이의 나무 조각상이며, 이는 교회나 성당의 십자가를 연상케 해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벽을 따라 걸린 14개의 작품은 하얀 대리석과 검은 화강암이 미니멀한 조합을 이루며 줄지어 걸려있다.
페니는 “이 작품은 예수가 골고다 언덕을 향해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종교 건축은 아니지만, 켈리가 이 건물을 디자인할 때 어떤 성스러운 마음을 가졌다는 걸 알 수 있다는 것.
켈리의 오랜 친구인 카터 포스터는 “켈리 전 생애에 걸친 예술 혼을 ‘켈리의 어스틴’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결합한 것은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도”라고 설명한다.
지난 2월 켈리의 건물 ‘어스틴’이 블랜튼 뮤지엄 소재지에 자리하고 그 성대한 개관식을 열어 일반인에게 공개된 후로 하루에 수백 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찾아 켈리의 예술 혼을 느끼고 있다.

